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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 ◇ ◇
「그런 이유로―」
교단 위에 서서 시즈키가 단언했다.
「제2회 학생총회를 시작합니다」
2년 2반―평소와 같은 교실에서의 일이었다.
교단에 서 있는 건 시즈키 뿐. 학생 측에는 사계소녀와 모미지, 사사노, 그리고 유우키가 각자 적당한 자리에 앉아 있다. 칠판에는 하얀 분필로 『스즈노미야 학원에서의 학원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서』라고 어딘가 동글동글한 소녀문자로 의제가 쓰여 있었다.
유우키가 시즈키들과 『학원놀이』를 하기로 정한 후―시즈키의 힘으로 유우키는 자전거와 함께 순식간에 학원에 돌아왔다. 시즈키 자신과, 그녀에게 접촉한 것에 관해서는 거부를 하지 않는 한, 그녀가 자유롭게 이 세계의 어디든지 순간이동을 시킬 수 있는 듯하다. 즉, 마음만 먹으면 시즈키는 유우키의 의사에 관계없이, 그가 자고 있는 동안에 강제로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 지적하자 시즈키는 『아. 그렇네?』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도 뭐―시즈키 답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또……돌아온 유우키를 사계소녀들과 사사노는 이전과 변함없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웃지도 않거니와 화내지도 않았다. 하물며『없었던 일』로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들은 단순한 사실로서, 유우키가 나갔다는 것과 돌아왔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뿐이었다.
이것도 뭐―그녀들답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여기는 학원의 모조품.
여기는 현실의 대용품.
하지만 그렇기에 여기는 틀림없이 자상한 곳이다. 여기에서는 몇 번이나 다시 할 수 있다. 다시 못하는 일은 없다. 필요하면 몇 번이든 잘못해도 된다. 몇 번이든 원하는 만큼 넘어지면 된다. 어제를 통해 배우고, 언젠가 어제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을 때까지.
여기는―틀림없이 그러기 위한 장소니까.
「그런 이유로」
시즈키가 일동을 둘러보며 말했다.
「의제에 대해 뭔가 제안이 있는 사람」
「네!」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카가 손을 들며 말했다.
「네―하루카양」
「교복의 모델 체인지를 요구합니다!」
「응……?」
눈을 깜박이는 시즈키.
「모델 체인지……?」
「아무래도 이 교복은 좀 구식이라고. 어차피 새로 시작할 거라면 그런 부분도 한차례 쇄신이 필요하지 않겠어?」
「…………그런가?」
이건 의외의 의견이었는지 자신이 입고 있는 세일러복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키. 뭐 스즈노미야 학원이 세워졌을 때에는 최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의 교복을 채용하는 요즘으로 치면 확실히 고풍―이라기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기왕이면 좀 더 이렇게―현대식으로 화려하고 귀여운 것으로 하자」
「으음-……나는 마음에 드는데」
「에이-. 솔직히 한 물 갔다고」
「그런가……?」
잠시 시즈키는 생각하는 듯했지만……자신 안에서 결론이 난 듯,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고려해보죠」
「아싸!」
짝―하고 손뼉을 치는 사계 소녀들.
그 바람에 하루카의 팔이 뚝 덜어졌지만―과연, 유우키도 일일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리고―다른 의견은?」
침묵하는 소녀들.
다른 건 생각나지 않는 듯하다.
남이 보면 『신경 쓰이는 건 교복뿐이냐』하고 쓴웃음 지을 상황이지만―유우키도 딱히 의견이 없었다. 그보다, 이런 일은 주제넘게 미리 여러 가지 결정해놔도, 어차피 나중에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그 때 가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시즈키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선 유우키의 여친 역을 누가 할지를 결정해볼까」
덜커덩―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유우키.
소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표정을 빛냈다. 어떻게든 책상 끝을 붙잡고 자세를 고치는 유우키 본인은 완전히 무시하고, 그녀들은 멋대로 들떠있었다.
「저요저요저요저요! 나!」
폴짝폴짝 뛰면서 말하는 모미지.
「안 돼 안 돼. 모미지는 안 돼」
「엥-왜-」
「히로인은 반 친구가 기본이라고. 모미지는 아무리 봐도 연하잖아?」
「그럼 다시 변신할 거야!」
「안 돼. 너는 동생 캐릭터」
「뭐야~」
「여기서는 불초, 소생 나츠키가―」
「반 친구라면 나도 괜찮지?」
「안 돼. 팔이 떨어져나가는 여자에게 맡길 수는 없어」
「뭐야!? 너도 다리가 떨어지는 주제에!?」
「다리 같은 건 장식이야. 높으신 분께서는 그걸 모른단 말야」
「무슨 소리야」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라는 것도 꽤나……」
꺅꺅거리며 회화를 시작하는 소녀들―더하기 1 명.
「……으……잠깐 기다려!」
덜컹! 의자를 박차고 유우키가 일어섰다.
시즈키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거기. 발언은 손을 들고 나서 해」
「시끄러! 뭐야 대체, 내 상대역이라니!?」
「봐. 역시 방과 후에 교문 옆에서 기다리며 두근두근한다거나, 신발장에 편지를 넣고 우수수 떨어진다거나, 『전설!』이라고 쓰인 나무 밑에서 고백하고 당황한다거나, 그런 건 상대역이 있잖아?」
「…………저기 말이죠. 시즈키씨」
신음하듯 유우키는 말했다.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야」
「뭐……뭔데……?」
조금 겁먹은 표정을 보이는 시즈키.
하지만 유우키는 용서 없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 말야―『학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는 거 아냐?」
뭐 잘 생각해보면 스즈노미야 학원은 한 번도 학생을 맞이할 일 없이 불타버렸고, 그게 미련으로 남아 시즈키는 유령 같은 게 된 것이고 그건 즉, 시즈키 자신이 결국 『학원생활』이란 것을 실제로 알 턱이 없다는 것이다―
「시……실례라고!」
시즈키는 약간 기가 죽은 듯 했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안다고! 공부했어!」
「뭘로?」
「만화랑 텔레비전!」
「…………」
「아!? 뭐야, 그 『답이 없다』는 듯한 한숨은!?」
유우키를 가리키며 외치는 시즈키.
천정을 쳐다보며 매우 길게 탄식한 후……시선을 교단 위의 소녀에게 돌린 유우키는 소리쳤다.
「학원생활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럼 어떤 거야?」
하고 시즈키.
「어……?」
저도 모르게 말문이 막힌 유우키.
깨닫고 보니 시즈키만이 아니라 다른 소녀들과 사사노까지 마치 연설을 듣는 청중처럼 시선이 유우키를 향하고 있다.
『학원생활』.
그 단어로 표현하면 그저 한 마디의 말이지만―그럼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하고 물으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게 며칠 전까지 당연한 일상이었던 유우키에게 있어서는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아니……저기……사사노씨, 당신도 뭔가 말해주세요!?」
「하지만……」
느긋한 말투로 사사노가 말했다.
「전, 중․고등학교가 쭉 기숙사제 여교였으니까……잘 모르겠네요. 학생이었던 것도 꽤 오래전 일이고……」
「……혼마치 선생님, 대체 몇 살입니까」
「여성에게 나이 얘기는 금구에요」
태평스레 웃으면서 말하는 사사노.
「우으……」
고개를 떨구는 유우키. 아무도 의지가 될 것 같지 않다.
잠시 번민(煩悶)한 후―
「학교라는 건……저기……이……일단 공부하는 곳이잖아!? 고등학생이라면 물리나 대수학이나 영어 같은 거! 하루 약 6교시로! 오전은 4교시에 오후는―」
하고 말을 꺼내는데.
유우키는 어쩐지 교단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시즈키를 알아챘다.
「거기! 뭘 메모하는 거야!?」
「대단해 유우키! 이제부터는 스승이라 부를게!?」
「부르지맛!!」
큰소리로 외치는 유우키.
왠지 의미도 없이 피곤해진 그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더할 나위 없이 앞날이 불안하다. 『학원생활을 재현하는 일』을 목표로 할수록……애당초 그 『학원생활』이 무엇인지를 누구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언제쯤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정말로 처음의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전도다난(前途多難)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
갑자기 떠오른 것이 하나.
「……왜 그래?」
「시즈키. 이쪽으로 와」
손짓하며 시즈키를 교실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 앉혔다.
「…………?」
의미를 모르겠다며 시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그걸로 됐다.
유우키는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이 쪽으로 와. 이 부근에 앉아」
「…………?…………?」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도 시즈키를 중심으로 모이는 일동.
유우키는 얼추 그녀들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 교단에 올라갔다.
거리. 빛의 양. 각도. 몇 개의 조건을 뇌리에서 확인하고 그는 교탁 위에 펜탁스SP를 놓았다. 핀트와 노출을 재빨리 세팅. 다음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각도를 조절.
「―응?」
시즈키와 그녀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했다.
「그럼―간다」
셀프타이머의 레버를 내리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어? 어? 어?」
놀라서 당황하는 시즈키와 다른 소녀들. 사사노만은 태평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이건 유우키의 의도를 재빨리 파악한 건지 단순히 멍하니 있는 것뿐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념이야, 기념, 기념사진!」
말하면서 유우키는 교단에서 내려와 시즈키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 그렇지만 그렇게 갑자기―」
패닉에 빠진 소녀들.
SP의 셀프타이머는 약 12초. 사전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지만―그렇지 않으면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유우키는 웃으면서 교단의 펜탁스SP를 가리켰다.
「자. 셔터 내려간다!」
이 한마디로 소녀들의 패닉은 더욱 확대되었다.
「어? 아, 야! 모미지,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마―」
「아앗, 목 떨어져 목!?」
「잠깐, 밀지 마―」
「아아아아아아안됏!?」
등등, 이래저래 소란 피우는 사이에.
찰칵.
펜탁스SP는 기분 좋은 기계음과 함께 셔터를 눌렀다.
어쩐지 멍한 표정으로 굳어있는 소녀들.
유우키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다시 교단에 다가가서 펜탁스SP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잠깐 지금 것 무효! 지금 무효라고!?」
소리치는 시즈키.
「사진을 찍을 거면 좀 더 이런 각도로 말야」
「봐, 머리카락도 잘 묶은 후에―」
「난 머리 어긋났어―」
「우린 다시 찍는 걸 요구한다! 아니, 다시 찍어줘!」
사계 소녀들도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안-돼」
씨익 웃으면서 유우키는 말했다.
지금까지 실컷 그녀들에게 휘둘려왔다. 여기서 반격 한 번 해두지 않으면 그는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장난감 일 것이다.
「필름은 귀중하니까 말야. 뭐―이것도 기념」
손끝으로 펜탁스SP의 보디를 튕겨 보이면서 유우키는 말했다.
「스즈노미야 학원의, 기념할만한 제 1일째라고」
그래.
바로 이 날. 이 순간.
유우키가 새 필름에 1장째를 기록한 그 때.
여기서부터―유우키와 명랑한 유령과 요괴, 그 외 여러 사람이 펼치는 기묘하고 떠들썩한 학원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