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던 어제, 내가 보는 내일 - 제3장 하얀 허무의 평면에서 #9 君の居た昨日、僕の見る明日

네가 있던 어제, 내가 보는 내일 제3장 하얀 허무의 평면에서
287페이지 ~ 마지막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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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런 이유로―」

교단 위에 서서 시즈키가 단언했다.

「제2회 학생총회를 시작합니다」

2년 2반―평소와 같은 교실에서의 일이었다.

교단에 서 있는 건 시즈키 뿐. 학생 측에는 사계소녀와 모미지, 사사노, 그리고 유우키가 각자 적당한 자리에 앉아 있다. 칠판에는 하얀 분필로 『스즈노미야 학원에서의 학원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서』라고 어딘가 동글동글한 소녀문자로 의제가 쓰여 있었다.

유우키가 시즈키들과 『학원놀이』를 하기로 정한 후―시즈키의 힘으로 유우키는 자전거와 함께 순식간에 학원에 돌아왔다. 시즈키 자신과, 그녀에게 접촉한 것에 관해서는 거부를 하지 않는 한, 그녀가 자유롭게 이 세계의 어디든지 순간이동을 시킬 수 있는 듯하다. 즉, 마음만 먹으면 시즈키는 유우키의 의사에 관계없이, 그가 자고 있는 동안에 강제로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 지적하자 시즈키는 『아. 그렇네?』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도 뭐―시즈키 답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또……돌아온 유우키를 사계소녀들과 사사노는 이전과 변함없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웃지도 않거니와 화내지도 않았다. 하물며『없었던 일』로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들은 단순한 사실로서, 유우키가 나갔다는 것과 돌아왔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뿐이었다.

이것도 뭐―그녀들답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여기는 학원의 모조품.

여기는 현실의 대용품.

하지만 그렇기에 여기는 틀림없이 자상한 곳이다. 여기에서는 몇 번이나 다시 할 수 있다. 다시 못하는 일은 없다. 필요하면 몇 번이든 잘못해도 된다. 몇 번이든 원하는 만큼 넘어지면 된다. 어제를 통해 배우고, 언젠가 어제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을 때까지.

여기는―틀림없이 그러기 위한 장소니까.

「그런 이유로」

시즈키가 일동을 둘러보며 말했다.

「의제에 대해 뭔가 제안이 있는 사람」

「네!」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카가 손을 들며 말했다.

「네―하루카양」

「교복의 모델 체인지를 요구합니다!」

「응……?」

눈을 깜박이는 시즈키.

「모델 체인지……?」

「아무래도 이 교복은 좀 구식이라고. 어차피 새로 시작할 거라면 그런 부분도 한차례 쇄신이 필요하지 않겠어?」

「…………그런가?」

이건 의외의 의견이었는지 자신이 입고 있는 세일러복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키. 뭐 스즈노미야 학원이 세워졌을 때에는 최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의 교복을 채용하는 요즘으로 치면 확실히 고풍―이라기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기왕이면 좀 더 이렇게―현대식으로 화려하고 귀여운 것으로 하자」

「으음-……나는 마음에 드는데」

「에이-. 솔직히 한 물 갔다고」

「그런가……?」

잠시 시즈키는 생각하는 듯했지만……자신 안에서 결론이 난 듯,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고려해보죠」

「아싸!」

짝―하고 손뼉을 치는 사계 소녀들.

그 바람에 하루카의 팔이 뚝 덜어졌지만―과연, 유우키도 일일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리고―다른 의견은?」

침묵하는 소녀들.

다른 건 생각나지 않는 듯하다.

남이 보면 『신경 쓰이는 건 교복뿐이냐』하고 쓴웃음 지을 상황이지만―유우키도 딱히 의견이 없었다. 그보다, 이런 일은 주제넘게 미리 여러 가지 결정해놔도, 어차피 나중에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그 때 가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시즈키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선 유우키의 여친 역을 누가 할지를 결정해볼까」

덜커덩―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유우키.

소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표정을 빛냈다. 어떻게든 책상 끝을 붙잡고 자세를 고치는 유우키 본인은 완전히 무시하고, 그녀들은 멋대로 들떠있었다.

「저요저요저요저요! 나!」

폴짝폴짝 뛰면서 말하는 모미지.

「안 돼 안 돼. 모미지는 안 돼」

「엥-왜-」

「히로인은 반 친구가 기본이라고. 모미지는 아무리 봐도 연하잖아?」

「그럼 다시 변신할 거야!」

「안 돼. 너는 동생 캐릭터」

「뭐야~」

「여기서는 불초, 소생 나츠키가―」

「반 친구라면 나도 괜찮지?」

「안 돼. 팔이 떨어져나가는 여자에게 맡길 수는 없어」

「뭐야!? 너도 다리가 떨어지는 주제에!?」

「다리 같은 건 장식이야. 높으신 분께서는 그걸 모른단 말야」

「무슨 소리야」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라는 것도 꽤나……」

꺅꺅거리며 회화를 시작하는 소녀들―더하기 1 명.

「……으……잠깐 기다려!」

덜컹! 의자를 박차고 유우키가 일어섰다.

시즈키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거기. 발언은 손을 들고 나서 해」

「시끄러! 뭐야 대체, 내 상대역이라니!?」

「봐. 역시 방과 후에 교문 옆에서 기다리며 두근두근한다거나, 신발장에 편지를 넣고 우수수 떨어진다거나, 『전설!』이라고 쓰인 나무 밑에서 고백하고 당황한다거나, 그런 건 상대역이 있잖아?」

「…………저기 말이죠. 시즈키씨」

신음하듯 유우키는 말했다.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야」

「뭐……뭔데……?」

조금 겁먹은 표정을 보이는 시즈키.

하지만 유우키는 용서 없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 말야―『학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는 거 아냐?」

뭐 잘 생각해보면 스즈노미야 학원은 한 번도 학생을 맞이할 일 없이 불타버렸고, 그게 미련으로 남아 시즈키는 유령 같은 게 된 것이고 그건 즉, 시즈키 자신이 결국 『학원생활』이란 것을 실제로 알 턱이 없다는 것이다―

「시……실례라고!」

시즈키는 약간 기가 죽은 듯 했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안다고! 공부했어!」

「뭘로?」

「만화랑 텔레비전!」

「…………」

「아!? 뭐야, 그 『답이 없다』는 듯한 한숨은!?」

유우키를 가리키며 외치는 시즈키.

천정을 쳐다보며 매우 길게 탄식한 후……시선을 교단 위의 소녀에게 돌린 유우키는 소리쳤다.

「학원생활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럼 어떤 거야?」

하고 시즈키.

「어……?」

저도 모르게 말문이 막힌 유우키.

깨닫고 보니 시즈키만이 아니라 다른 소녀들과 사사노까지 마치 연설을 듣는 청중처럼 시선이 유우키를 향하고 있다.

『학원생활』.

그 단어로 표현하면 그저 한 마디의 말이지만―그럼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하고 물으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게 며칠 전까지 당연한 일상이었던 유우키에게 있어서는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아니……저기……사사노씨, 당신도 뭔가 말해주세요!?」

「하지만……」

느긋한 말투로 사사노가 말했다.

「전, 중․고등학교가 쭉 기숙사제 여교였으니까……잘 모르겠네요. 학생이었던 것도 꽤 오래전 일이고……」

「……혼마치 선생님, 대체 몇 살입니까」

「여성에게 나이 얘기는 금구에요」

태평스레 웃으면서 말하는 사사노.

「우으……」

고개를 떨구는 유우키. 아무도 의지가 될 것 같지 않다.

잠시 번민(煩悶)한 후―

「학교라는 건……저기……이……일단 공부하는 곳이잖아!? 고등학생이라면 물리나 대수학이나 영어 같은 거! 하루 약 6교시로! 오전은 4교시에 오후는―」

하고 말을 꺼내는데.

유우키는 어쩐지 교단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시즈키를 알아챘다.

「거기! 뭘 메모하는 거야!?」

「대단해 유우키! 이제부터는 스승이라 부를게!?」

「부르지맛!!」

큰소리로 외치는 유우키.

왠지 의미도 없이 피곤해진 그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더할 나위 없이 앞날이 불안하다. 『학원생활을 재현하는 일』을 목표로 할수록……애당초 그 『학원생활』이 무엇인지를 누구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언제쯤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정말로 처음의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전도다난(前途多難)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

갑자기 떠오른 것이 하나.

「……왜 그래?」

「시즈키. 이쪽으로 와」

손짓하며 시즈키를 교실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 앉혔다.

「…………?」

의미를 모르겠다며 시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그걸로 됐다.

유우키는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이 쪽으로 와. 이 부근에 앉아」

「…………?…………?」

의아한 얼굴을 하면서도 시즈키를 중심으로 모이는 일동.

유우키는 얼추 그녀들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 교단에 올라갔다.

거리. 빛의 양. 각도. 몇 개의 조건을 뇌리에서 확인하고 그는 교탁 위에 펜탁스SP를 놓았다. 핀트와 노출을 재빨리 세팅. 다음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각도를 조절.

「―응?」

시즈키와 그녀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했다.

「그럼―간다」

셀프타이머의 레버를 내리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어? 어? 어?」

놀라서 당황하는 시즈키와 다른 소녀들. 사사노만은 태평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이건 유우키의 의도를 재빨리 파악한 건지 단순히 멍하니 있는 것뿐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념이야, 기념, 기념사진!」

말하면서 유우키는 교단에서 내려와 시즈키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 그렇지만 그렇게 갑자기―」

패닉에 빠진 소녀들.

SP의 셀프타이머는 약 12초. 사전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지만―그렇지 않으면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유우키는 웃으면서 교단의 펜탁스SP를 가리켰다.

「자. 셔터 내려간다!」

이 한마디로 소녀들의 패닉은 더욱 확대되었다.

「어? 아, 야! 모미지,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마―」

「아앗, 목 떨어져 목!?」

「잠깐, 밀지 마―」

「아아아아아아안됏!?」

등등, 이래저래 소란 피우는 사이에.

찰칵.

펜탁스SP는 기분 좋은 기계음과 함께 셔터를 눌렀다.

어쩐지 멍한 표정으로 굳어있는 소녀들.

유우키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다시 교단에 다가가서 펜탁스SP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잠깐 지금 것 무효! 지금 무효라고!?」

소리치는 시즈키.

「사진을 찍을 거면 좀 더 이런 각도로 말야」

「봐, 머리카락도 잘 묶은 후에―」

「난 머리 어긋났어―」

「우린 다시 찍는 걸 요구한다! 아니, 다시 찍어줘!」

사계 소녀들도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안-돼」

씨익 웃으면서 유우키는 말했다.

지금까지 실컷 그녀들에게 휘둘려왔다. 여기서 반격 한 번 해두지 않으면 그는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장난감 일 것이다.

「필름은 귀중하니까 말야. 뭐―이것도 기념」

손끝으로 펜탁스SP의 보디를 튕겨 보이면서 유우키는 말했다.

「스즈노미야 학원의, 기념할만한 제 1일째라고」

그래.

바로 이 날. 이 순간.

유우키가 새 필름에 1장째를 기록한 그 때.

여기서부터―유우키와 명랑한 유령과 요괴, 그 외 여러 사람이 펼치는 기묘하고 떠들썩한 학원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네가 있던 어제, 내가 보는 내일 - 제3장 하얀 허무의 평면에서 #8 君の居た昨日、僕の見る明日

네가 있던 어제, 내가 보는 내일 제3장 하얀 허무의 평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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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적절하게 한 번 더 끊어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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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즈노미야 학원.

이 학원이 세워진 건 벌써 70년 이상 전의 일인 것 같다.

일본이 아직 『제국』이었던 시대다.

이사장은 『앞으로는 여성도 표면에 나서는 시대가 된다』는 이념을 가진 사람으로, 구태의연한 신부수업 교육만을 받는 여학교가 아닌, 남자와 동등 아니 그 이상의 실력을 구비해서 사회 각 방면에서 활약하는 여성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장으로 스즈노미야 학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에는 아직 수가 적었던 세일러복을 교복으로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태평양전쟁 전야(前夜)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

서양의 개인주의나 남녀동등사상을 받아들인 선진적인 가치관은, 국가전체가 영·미와의 전쟁으로 사태가 기울어지던 시대에는 눈엣가시로 여겨져서 여러 가지 압력이나 미움을 받았다.

그 결과, 스즈노미야 학원은 예정보다 몇 개월이나 개교가 늦어졌고―결국, 그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새 학교가 어떻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떻다 등을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럴 때가 아니라고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했다.

그래서 스즈노미야 학원은 학생들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 사람 없는 교정만 몇 년이나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상황에서 스즈노미야 학원의 개교일이 결정되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도심지를 피해서 시골에 지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소개지(疎開地-공습이나 화재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구나 건물을 분산시킨 곳 / 피난처)로서 스즈노미야 학원이 선택된 것이다. 본래의 용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건 학교로서 지어진 스즈노미야 학원이 처음으로 학생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 ◇ ◇


「소개해 온 여학생들은……모두 죽었어」

유우키와 나란히 하얀 황야에 앉으면서 시즈키는 말했다.

하늘은 점차 노을빛을 띄어 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암갈색의 빛은, 무한의 하얀 평면을 어디까지나 물들여갔다.

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이 황량한 세계도……이 약간의 시간만큼은 감싸듯이 따스한 분위기가 있었다.

「……왜?」

「폭격이 있었어」

시즈키는 말했다.

「포……폭격?」

「응. 이건 상상밖에 할 수 없지만……아마 군수공장이나 그런 것과 착각해서 도심지를 폭격하고 남은 폭탄을 처분했다던가……그런 게 아닐까」

「…………」

엄청난 얘기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일에 분개해도 소용없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폭격이―아니 전쟁행위가 있었다는 사례가 없을 것이다. 어떤 형태든 살인은 살인이다. 법이 허용하고 역사가 용서해도 사실 그 자체는 변함없다.

「그리고 말야」

시즈키는 한숨을 쉬듯 말했다.

「여자애들은 모두……학교 교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불타죽었어. 그 후에 나도 폭격으로 전소했고. 산자체가 통째로 불타서 들판이 되었어」

「그럴 수가……」

유우키는 할 말이 없었다.

일본이 아직 명실 공히 『군대』를 갖고 있던 시대. 개인의 존엄도 감개(感慨)도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앞에 간단히 짓밟히던 시대.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에 노력을 필요로 하던 시대. 지금의 풍족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대.

유우키는 교과서와 브라운관 안에서나 볼 수 있던 세계다.

어떤 말이든 그가 입 밖에 내도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무서웠어……」

시즈키는 떨면서 말했다.

마치 지금도 그 때의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것같이.

「……나, 정말로 무서웠어. 여자애들을 구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내가―『시즈키』가 생겼을 때, 최초에 무엇을 했을 거 같아?」

「…………아니. 모르겠어」

시즈키는 울고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은 혼이나 마음, 그런 것을 모았어. 조각조각난 여자애들의 마음을, 조각조각 나서 죽어서도 사라지는 것조차 못하고 계속 오랜 시간을 표류한 여자애들의 혼을―그 파편을, 여자애들이었던 것을, 사라지려했던 여러 가지 것을 모았어. 그 때 나는 엄청난 바보였어. 지금도 현명하지 않지만. 하지만 그 때의 나는―그렇게 해서 여자애들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설마」

「응. 맞아―아마 유우키의 상상대로야」

시즈키는 말했다.

「그것이 유령소녀들. 그러니까 그 애들은 4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몇 명이나 되는 여자애들의 혼을 짜 맞춘 것이야. 헤매던 그녀들의 혼을 다시 다른 잔류사념이나 잡념 등을 모아서 인간의 형태로 했어.

그러니까……그녀들의 이름은 진짜 이름이 아냐. 이미 그녀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해. 살아있을 때의 미련만이 본능처럼 남았고, 그 외의 일은 전부 불타서 없어져버렸어」

「…………」

「그리고 그 때……너무 무섭고 아프고 괴로워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그 『악령』. 그건 폭격으로 불타죽은 여자애들의 공포나 분노 같은 기분. 죽음에 이르는 여자애들이 느꼈던 아픔. 그것이 형태를 가진 것이야」

「……그래서였나」

그래서 저 『악령』은 소사체의 형태를 했었던 것인가. 그래서 저 『악령』에 빨려 들어갈 때 유우키가 느꼈던 것은 화상의 아픔이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그걸 『악령』이라고 부르는 건 어떤 의미에서 가엾었다.

확실히 그건 악의의 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에 이성이나 지성이 없다는 의견은 유우키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악의는―아마도 누군가에게 매달리려한 마음이 비뚤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유우키를 덮친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기분을 누군가에게―다른 살아있는 사람이 알아주길 바랐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그녀들과―그리고 어쩌다 최초로 헤매다 온 사사노씨와 함께 『학원 놀이』를 하기로 했어」

「……어째서?」

「아마……나도 미련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

「미련……?」

「……학교로서 태어났으니까」

따스하게 탁해지는 저녁노을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시즈키가 말했다.

「학교로서 태어난 존재이유를 달성하지 못했으니까」

시즈키의 담담한 말투가―갑자기 흔들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학교의 무념과 미련이 형태를 구성한 소녀는 말을 이었다.

「단 한명의 학생조차 자신 안에 맞이하지 못하고……자신이 지키고 키웠을 그녀들을……눈앞에서 불타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녀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으니까. 보내주기는커녕 받아들일 수조차 없었으니까. 그것이 도무지―」

시즈키는 한숨을 쉬었다.

「도무지 마음에 남아서……」

「그것이 네 미련인가……」

확실히 시즈키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그것이 『사람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사물에도 마음이 있다 해서 안 될 일인가?

유우키의 뇌리에 그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아아……부탁이야……그만……부탁입니다……저 애들은……저렇게나 아파하고, 괴로워하는데……!!……아아……누군가……누구라도 좋아요……제발 부탁입니다……적어도 저 애들을 이 이상 괴로워하지 않도록……!!)

그건 진심이었다. 그 외침은―적어도 유우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쥐어짜낸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의심한다면 어떻게든 의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서 학교를 하려고 생각한 거야?」

「…………」

눈을 위로 올려다보며―마치 꾸중 듣는 어린이 같이 유우키를 보는 시즈키.

「그 미련을 풀기 위해서?」

「……응」

시즈키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처음에는……나도 자신이 뭘 하면 좋을지 몰랐어. 애당초 내가 형태를 가진 건 최근 일이야. 원래 그 미련만이 혼이 돼서 떠돌던 것이라서. 그것도 나 자신의 미련이 아니라, 혹시 나를 만든 사람들의―스즈노미야 학원을 만든 사람들의 소원이 형태를 바꾼 것뿐일지도 몰라」

세월이 지난 기물에는 혼이 깃든다고 한다.

그건 여러 가지 마음이 거기에 주입되거나 접촉한 결과라고 한다면―강한 기대나 깊은 감정을 기초로 만들어낸 것에는 혼이 깃들기 쉬울 수도 있다.

새로운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을 키운다. 그러기 위해 강하고 강하게 바란 결과로 시즈키가 태어났다고 하면―그걸 이루지 못하고 불타서 무너져 내린 것이 얼마나 원통했을까.

유우키는 상상밖에 할 수 없지만, 그건 틀림없이 말도 못하게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사사노씨가―『그럼 우리끼리 학원을 운영해봅시다』라고 해서」

「…………」

「그럼 내가 미련을 떨칠 수 있을 거라고. 모두 해방될 거라고. 전부 깔끔하게 끝날지도 모른다고……」

「그건……」

『깔끔하게 끝난다』

그건 즉―

「미안해. 처음부터 할 얘기였는데」

시즈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 놀이』로 전부 해결될지는 알 수 없으니까……. 혹시라도 전부 소용없는 짓일지도 모르니까……그래서 얘기할 수 없었어.

『미련을 떨쳐내고 성불한다』고 하지만―정말로 신이나 부처님이 있는지, 저 세상이 있는지도 난 몰라. 있다 해도 나 같은 사람이 아닌 혼까지 봐주실지 알 수 없어.

그러니까……할 일도 없으니 학원생활을 하며 놀자는 건 반은 진심. 하지만 남은 반은……미련이라기보다 내 어리광. 혹시 나라도 『성불』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안되더라도 뭔가 변하지는 않을까? 『학교』에서 하는 일을 전부 하면 나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것에서 해방되지 않을까?……그렇게 기대하게 된 거야」

「……난 딱히 한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유우키의 말에 시즈키는 놀란 듯이 얼굴을 들었다.

그녀는 잠시 유우키의 얼굴을 보더니―

「……고마워」

하고 조금 슬프게 웃었다.

「……하지만」

「하지만?」

「유령소녀들이나 사사노씨, 모미지에게는 미안한데……그녀들만으로는 아마 안 될 거야」

「무슨 소리야……?」

물어보면서도―유우키는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시즈키가 그렇게 유우키에게 집착했던 이유.

유우키가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알았을 때의 시즈키가 보여준 기쁨의 이유.

그건―

「유령인 그녀들은 어제의 세계의 주인. 그럼 안 돼. 그녀들에게는 『내일』이 없어. 향해야 할 앞이 없어. 그래서는 안 돼. 왜냐하면 난―『학교』니까. 『내일』로 이어지는 뭔가를, 누군가 얻기 위한 장소니까」

「……모미지는?」

「모미지에겐 미안하지만……그녀도 사람이 아니니까. 진정한 의미로 학생이 될 수 없어. 그녀만으로는 『학교』가 되지 않아」

얘기하는 그녀의 말투에는 무력감이 흘렀다.

아마 이건 그녀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기뻤어. 유우키가 와 줘서. 『어제』밖에 없는 이 세계에 『내일』로 이어지는 사람이 와 준 것이―정말로 기뻤어」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냐―하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그도 어제만을 보고 있었다. 어제를 찍은 필름을 버릴 용기도 없었고 어제의 추억에 빠져 내일로 내딛는 것을 두려워해 방에 틀어박혔었다.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여서 지극히 당연한 일을―『혹시 내일은 어제보다 좋은 날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조차 이르지 못했다.

그러니 자신은 시즈키가 기대할 만한 사람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지도,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다. 시즈키가 이렇게나 기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유우키는 확실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자들은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난 사람들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그것조차 제대로 못한 소녀들. 혹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만족스럽게 못한 딸. 학교라는 역할조차 만족스럽게 못한 학교.

그래서 그녀들은 유우키를 부러워했다. 유우키에게 기대했다.

자신들이 갈 수 없었던 장소에 갈 수 있는 그를―

「유우키는 살아있으니까. 살아서 내 곁으로 와 준 최초의 사람이니까.

그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나는 『아아, 이 사람이다』하고 생각했어.

살아있는 유우키가 여기서 뭔가를 얻어간다면. 여기를 학교라고 인정해준다면. 그럼 난……모두를 해방하고 자신도 해방된다고, 정말로 『끝나는』것이 가능하다고……그렇게 생각했어」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시즈키는 다시 유우키의 얼굴을 보았다.

「미안. 유우키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 그거야 말로 민폐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나로서는 어찌할 수도 없어. 유우키가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그건―」

그건 즉.

시즈키가 학교로서 태어난 의미를 만족시키는 때이다.

유우키가 이 학교를 나가기 위한 뭔가를 여기서 얻었을 때이다. 『어제』가 아닌 『내일』로 이어지는 뭔가를 그녀가 유우키 안에 남기는―그 때.

「그러니까……뻔뻔하다는 건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돌아와 줬으면 해.

분명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그리고

유우키에게 있어서 시즈키의 세계에서 학원생활을 해도 아무런 이득도 없다.

일방적으로 시즈키의 사정일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 말이지」

유우키는 시즈키한테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나 차였어」

「……누구한테?」

반사적으로 물어보고 나서―눈치 챈 듯하다.

「아―설마」

「계속 좋아한 사람에게 차여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기 괴로워서. 그래서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녀가 없는 곳으로」

주머니에서 필름케이스를 꺼낸 유우키.

시즈키가 못에서 회수해온 그 필름이다.

「하지만……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난 이 필름을 버릴 수가 없었어. 그녀의 잔상을 봉인해둔 이것을……떨쳐버릴 수가 없었어. 이제 와서 그녀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그렇게 간단히 버릴 수 있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그 일면으로 현상할 마음도 들지 않았어. 아니 할 수 없었지.

이 필름을 찍은 직후에 나는 차였어.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어. 그래서―이 필름 안에 있는 그녀의 눈은 분명 나 같은 건 비치지 않을 거야. 현상해서 그런 그녀의 눈을 보는 것이 괴로웠어.

나도 참 미련하다고 할까. 한심하다고 생각은 해. 그렇지만…….」

스스로도 뭔 소릴 하는지 잘 몰랐다.

마음을 간단히 정리할 만큼 요령이 좋은 성격이었다면, 애당초 이렇게 우물쭈물 고민하지도 않고 끝났을 것이다.

「여기에 내가 잊어야 할 어제가 있어」

유우키는 필름 케이스의 틈새를 보듯 머리 위에 치켜들며 보였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나아가야 할―백지의 내일이 있어」

그렇게 말하고 유우키는 가방에서 아직 촬영을 하지 않은 필름을 꺼냈다.

조금 쑥스러웠지만―그래도 유우키는 말을 이었다.

생각만 해서는 안 돼. 말로서. 행동으로서.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아.

그러니까……

「내일이 어제를 흘러가게 할 때까지. 어제를 어제로써 인정하게 될 때까지. 어제를 웃으며 말하게 될 때까지. 쌓아올려진 내일의 높이가 어제를 넘을 때까지」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유우키는 웃었다.

「미련 가득한 나라도 좋다면―네 <학원>과 함께 해도 좋을까」

시즈키는 순간 입을 열고―그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럴싸한 대답을 찾는 듯 했으나 잠시 망설인 후, 결국……그녀는 무척 단순한 대답을 선택했다.

「……응. 부탁해」

미소짓는 시즈키.

그리고―

「저……저기」

그녀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왜?」

「다시 한 번……」

수줍어하듯 시선을 유우키에게서 돌리면서, 잠시 후 시즈키는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확인 해봐도 될까?」

「확인하다니―뭘?」

「유우키를. 유우키가―살아있다는 것을」

「그걸 어떻게 확인하……」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기억.

처음 만났을 때의 일.

시즈키는―

「…………」

갑자기 가슴에 무게가 느껴졌다.

「……!」

유우키의 가슴에 기대어―팔을 돌려 그의 몸을 껴안은 시즈키.

뺨을 기대고, 귀를 기대고, 어깨를 기대어―마치 몸 전체로 그의 심장고동을 느끼듯이 시즈키는 유우키를 껴안고 조용히 숨을 쉬었다.

마치 황홀함과 행복감에 취해있는 듯한 그녀의 표정이―무척 이뻐서.

「아……비겁……그……」

유우키의 머릿속에는 『비겁해! 그렇게, 처음에는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전혀 하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그럴 수가 있어, 그거 너무하다고! 그런 얼굴을 하면 나도, 아니, 그게 아니라……그게 아냐! 난!』등 혼란스러워진 사고가 초고속으로 뛰쳐나왔지만, 실제로는, 그저 빨개지는 것 외에 말 한마디도 못했으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들려」

시즈키는 말했다.

「내일로 이어지는 소리가―」



「…………」

유우키는 그저 난처해하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외침이 둘을 감싸고 있던 공기를 날려버렸다.

둘을 날려버릴 기세에 눌려, 떨어지는 유우키와 시즈키.

그런 둘을 교차로 가리키면서―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얏!?」

하고 몹시 흥분하여 외치고 있는 건―어느 샌가 기절에서 부활해서 인간형태로 돌아온 모미지였다.

「너무해너무해너무해 시즈키!」

「아……아니……저기. 아니라고?」

허둥대며 둘러대는 시즈키의 얼굴이……자신과 같이 빨개져있는 것을 보고, 유우키는 미묘한 승리감이라고 할까, 약간은 기쁨을 맛보았다. 다만―그 기분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니라니 뭐가?」

「으음 그게, 지금은 심장의 소리를 확인했을 뿐이야?」

그 말 대로다.

하지만―

「나도 나도!」

외치면서 모미지가 유우키에게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아름다운 느낌이 아니라, 있는 힘껏 태클이 들어오는 느낌이었지만.

유우키의 목에 양팔로 매달리듯 안겨 붙으면서, 모미지는 비비적비비적 짐승귀가 달린 머리를 유우키의 가슴에 들이대면서 꼬리를 격하게 흔들고 있다. 여자애가 안겼다기보다 커다란 개나 그런 것이 달라붙은 느낌이었지만―뭐 그리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잠깐 모미지. 괴로워, 괴롭다고」

그녀의 체중에 좌우로 비틀비틀 흔들리면서, 유우키는 옆에서 쓴웃음 짓고 있는 시즈키와 시선을 주고받으며―

「앞으로―잘 부탁해」

하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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